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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의 재발명 ①] "측정할 수 없으면 관리할 수 없다"는 말, 드러커는 한 적이 없다

규로롱규로롱
[평가의 재발명 ①] "측정할 수 없으면 관리할 수 없다"는 말, 드러커는 한 적이 없다

시리즈 소개 — 우리는 왜 사람을 평가하는가. 이 시리즈는 평가 제도를 더 잘 만드는 법을 다루지 않는다. 평가라는 제도가 애초에 무엇을 하려고 태어났는지, 그리고 그 목적이 지금도 유효한지를 다섯 편에 걸쳐 되짚는다.


모두가 인용하지만 아무도 확인하지 않은 문장

"측정할 수 없으면 관리할 수 없다."

경영 회의에서, HR 컨퍼런스에서, 성과 지표를 새로 짜는 자리에서 이 문장은 거의 반박 불가능한 전제처럼 등장한다. 대개는 피터 드러커의 말로 인용된다. 가끔은 품질 관리의 대가 W. 에드워즈 데밍의 말로 소개되기도 한다.

둘 다 아니다.

드러커는 어떤 저서에서도, 어떤 강연에서도 이 문장을 남긴 적이 없다. 더 흥미로운 쪽은 데밍이다. 데밍은 이 명제를 인용한 것이 아니라 정면으로 반박했다. 측정할 수 없으면 관리할 수 없다는 가정은 틀렸으며, 값비싼 대가를 치르는 신화라고 그는 경고했다.

경영학의 두 거인 중 한 명은 하지 않은 말이고, 다른 한 명은 위험하다고 경고한 말이다. 그런데 그 문장이 지난 100년간 인사 평가 제도의 헌법 조항으로 작동해왔다.

여기서 질문 하나. 원래 누구의 말도 아니었다면, 이 사고방식은 대체 어디서 온 걸까.


평가 제도는 병사를 내보내기 위해 만들어졌다

현대적 의미의 성과 평가는 기업에서 시작되지 않았다. 군대에서 시작됐다.

1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은 '메리트 레이팅(Merit Rating)'이라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목적은 명확했다. 성과가 낮은 병사를 식별해 다른 부대로 전보시키거나 방출하기 위해서였다. 사람을 키우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걸러내기 위한 도구였다.

이 양식은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기업으로 건너왔다. 종전 후 미국 기업의 상당수가 채택했고, 1960년대에 이르러서는 사실상 표준이 됐다. 마침 산업 시대의 경영은 테일러주의와 결합해 있었다. 노동을 투입과 산출로 환산하고, 측정 가능한 산출량을 기준으로 보상과 처벌을 배분하는 사고방식이다. 군대의 선별 양식과 공장의 계량 논리가 만나면서, 오늘날 우리가 쓰는 평가표의 골격이 완성됐다.

정리하면 이렇다.

평가는 사람의 성장을 돕기 위해 태어난 적이 없다. 솎아내기 위해 태어났다.


목적은 나중에 덧붙여졌다

물론 그대로 두지는 않았다. 1954년 드러커가 『경영의 실제』에서 목표에 의한 관리(MBO)를 제시했을 때, 그 안에는 분명 다른 철학이 있었다. 상사가 목표를 하달하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이 목표 설정에 참여하고, 통제가 아닌 자기 통제로 책임을 지는 구조. 평가를 심판대가 아니라 대화의 장으로 옮기려는 시도였다.

그러나 MBO가 현장에 이식되는 과정에서 남은 것은 철학이 아니라 양식이었다. 목표는 하향식으로 할당됐고, 달성 여부는 연말 보상의 근거가 됐다. 100년 된 선별 도구 위에 '성장'이라는 라벨을 새로 붙였을 뿐, 그 아래 구조는 바뀌지 않았다.

이후의 역사도 이 패턴의 반복이다. 1980년대 잭 웰치의 활력 곡선은 전 직원을 상위 20%, 중위 70%, 하위 10%로 강제 분류했다. 명분은 탁월함의 보상이었지만, 실질은 1차대전 메리트 레이팅의 정확한 후손이었다. 하위 10%를 식별해 내보내는 것. 웰치 본인이 이를 두고 저성과자를 끌어안고 가는 것이야말로 가장 잔인한 경영이라고 옹호했다는 사실은, 이 제도가 무엇을 위한 것이었는지를 오히려 정직하게 드러낸다.

그리고 지금, 많은 조직이 상대평가를 폐지하고 절대평가로, 다면평가로, 상시 피드백으로 제도를 바꾸고 있다. 좋은 방향이다. 다만 물어볼 것이 하나 남는다. 우리는 양식을 바꾸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목적을 바꾸고 있는 것인가.


그래서 무엇을 다시 물어야 하나

지금 쓰고 있는 평가표를 한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등급 체계, 배분 비율, 평가 항목의 가중치. 이것들은 대부분 "한정된 보상과 자리를 누구에게 줄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설계된 장치다. 100년 전 군대가 풀려던 문제와 본질적으로 같은 문제다.

그런데 우리가 실제로 원하는 것은 다른 것 아닌가. 사람들이 자기 일에서 더 나아지는 것, 서로의 강점이 맞물려 혼자서는 못 낼 결과를 내는 것, 소모적인 마찰 없이 일이 굴러가는 것.

이 두 가지는 다른 문제다. 그리고 하나의 제도가 두 문제를 동시에 풀려고 할 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가, 이 시리즈의 다음 편 주제다.

다음 편에서는 평가 제도가 실제로 수행하는 세 가지 기능 — 분배, 선별, 성장 — 을 분해한다. 그리고 왜 이 셋을 한 제도에 묶는 순간 성장이 항상 지는지를 살펴본다.


🌱 주니어를 위한 한 문단

당신이 받은 B등급(혹은 M+)은 당신을 설명하지 못한다. 그건 당신의 능력에 대한 측정값이 아니라, 회사가 가진 한정된 인상분을 나누기 위해 누군가 내려야 했던 배분 결정에 가깝다. 상대평가라면 더 그렇다. 당신이 잘했는지가 아니라 옆자리 동료 대비 어땠는지를, 그것도 부서에 할당된 비율 안에서 매긴 숫자다.

그러니 등급을 자기 정체성으로 받아들이지 않아도 된다. 대신 이렇게 물어보는 편이 훨씬 남는 게 많다. "제가 다음 6개월 안에 확실히 나아졌으면 하는 것 한 가지만 꼽아주신다면요?" 등급은 과거를 요약할 뿐이지만, 이 질문은 다음을 만든다.


퍼플즈 노트

퍼플즈는 평가 도구가 아니다. 평가표를 더 정교하게 만드는 일에는 관심이 없다.

조직은 사람이 잘 맞지 않을 때 생기는 문제를 오랫동안 사후에, 평가로 관리해왔다. 퍼플즈는 그 문제를 사전에, 구성으로 푼다. 개개인의 세밀한 업무 취향을 연결해 잘 맞는 동료끼리 팀을 이루게 하고, 협업 과정의 소모적인 마찰을 줄이는 것. 100년 된 질문을 개선하는 대신, 다른 질문에서 출발하는 쪽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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