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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의 재발명 ⑤] 작은 팀을 위한 재설계 — 오늘 당장 할 수 있는 것

규로롱규로롱
[평가의 재발명 ⑤] 작은 팀을 위한 재설계 — 오늘 당장 할 수 있는 것

시리즈 소개 — 우리는 왜 사람을 평가하는가. 이 시리즈는 평가 제도를 더 잘 만드는 법을 다루지 않는다. 평가라는 제도가 애초에 무엇을 하려고 태어났는지, 그리고 그 목적이 지금도 유효한지를 다섯 편에 걸쳐 되짚는다.

① “측정할 수 없으면 관리할 수 없다"는 말, 드러커는 한 적이 없다

② 평가는 세 가지 일을 한다, 그리고 셋 다 못한다

③그들은 평가에서 무엇을 떼어냈나

AI가 잘 평가하는 것일수록, AI가 먼저 가져간다


작은 팀이 유리한 이유

여기까지 읽고 이런 생각이 들었을 수 있다. 넷플릭스나 스포티파이 얘기는 알겠는데, 우린 작은 팀이고 HR 담당자도 없다고.

그런데 이 문제에서는 작은 팀이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큰 회사는 100년 묵은 제도를 해체해야 한다. 등급 체계가 있고, 배분 비율이 있고, 그 위에 쌓인 관행과 기대가 있다. 바꾸려면 전부 뜯어야 한다.

작은 팀은 아직 체계를 잡기 전 이다. 아직 안 만들었으면 안 만들면 된다. 지금 대기업 평가표를 축소 복사하는 중이라면, 그 작업을 멈추는 것만으로도 이 시리즈 목표의 절반은 달성된다.

2편의 틀로 돌아가자. 평가가 하는 일은 셋이었다. 돈을 나누는 일, 사람을 가리는 일, 성장을 돕는 일. 이 셋을 하나로 묶지 말고 따로 굴리면 된다. 하나씩 보자.


1. 돈 — 등급이 아니라 시장가로

가장 먼저 바꿀 것이자 가장 효과가 큰 부분이다.

하는 일: 직무별로 연봉 범위를 확인한다. 백엔드 3년차 연봉범위, 디자이너 5년차 연봉범위 등. 채용 사이트와 업계 데이터를 참고해 정하면 된다. 그리고 각자가 그 범위 어디쯤에 있는지를 본인에게 알려준다.

왜 이게 중요한가: 기준이 회사 안이 아니라 밖에 있으면 연봉이 제로섬에서 벗어난다. 동료가 잘한다고 내 몫이 줄지 않는다. 3편에서 넷플릭스가 한 일이 정확히 이것이다.

돈이 없으면: 범위를 낮게 잡되 그 사실을 숨기지 않으면 된다. "우리는 지금 시장 하단이고, 대신 지분과 성장 속도로 채운다"는 말은 성립한다. 성립하지 않는 건 "열심히 하면 챙겨주겠다"는 말이다. 그건 기준이 아니라 기분이다.

주기: 1년에 한 번, 성과 대화와 최소 한 달 이상 떨어진 시점에 조정한다. 같은 주에 하면 분리한 의미가 없다.


2. 사람 — 연말 등급이 아니라 상시 대화로

하는 일: 리더가 분기에 한 번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 사람이 지금 그만둔다고 하면 붙잡기 위해 싸울 것인가.

중요한 단서: 3편에서 참고한 넷플릭스의 방식을 그대로 적용하는 건 위험하다. 해당 회사에서 성립하는 건 시장 최고 수준으로 임금을 지급하기 때문이다. 그 조건 없이 방출 기준만 가져오면 그냥 가혹한 회사가 된다.

작은 팀이 가져갈 부분: 답이 아니라 타이밍이다. 리더가 흔들리기 시작한 순간, 연말까지 기다리지 말고 그 사람에게 먼저 말하는 것. "요즘 이 부분이 잘 안 보인다. 여기가 채워지면 내 판단이 달라진다"고 5분 안에 말할 수 있으면 된다.

핵심 원칙: 아무도 놀라지 않게 하는 것. 12월에 동료가 처음 듣는 문제라면 이미 리더의 실패다.


3. 성장 — 등급표가 아니라 1:1로

하는 일: 격주 30분. 이게 전부다.

세 가지 규칙이 이 시간을 살리거나 죽인다.

첫째, 연봉 얘기는 이 자리에서 하지 않는다. 돈이 테이블에 있으면 2편에서 본 방어 반응이 그대로 나온다. 연봉 얘기가 나오면 "그건 다음 달 조정 때 따로 잡자"고 미룬다.

둘째, 취소하지 않는다. 바쁘다고 두 번 미루면 그 자리는 죽는다. 30분을 15분으로 줄이는 건 괜찮지만 건너뛰지는 않는다.

셋째, 의제는 함께 정한다. 리더만 안건을 채우면 그건 1:1이 아니라 업무 보고다.

기록: 남기되 인사 자료로 쓰지 않는다. 이건 명시적으로 약속하고 지켜야 한다. 한 번이라도 이 기록이 연봉 근거로 쓰이면 그 다음부터 아무도 솔직해지지 않는다.


리더 체크리스트

오늘 당장 확인해볼 수 있는 것들이다.

  • 동료 각자가 자기 연봉 범위와 그 안에서의 위치를 알고 있는가

  • 연봉 조정 시점과 성과 대화 시점이 한 달 이상 떨어져 있는가

  • 1:1이 정기적으로 잡혀 있고, 최근 두 번 다 실제로 열렸는가

  • 마지막 1:1의 안건을 리더가 정했는가, 함께 정했는가

  • 지금 문제가 있는 동료가 그 사실을 이미 알고 있는가

  • 협업 도구에서 뽑아 보는 지표 중 동료가 모르는 게 있는가

마지막 항목이 4편의 결론이다. 동료가 모르는 지표를 리더만 보고 있다면, 그건 도구가 아니라 감시다.


하지 말아야 할 세 가지

등급표를 없애고 다면평가로 바꾸기. 도구를 바꿔도 그 결과가 여전히 판정으로 흘러가면 강도만 세진다.

키퍼 테스트만 떼어오기. 보상과 퇴직 조건 없이 기준만 가져오면 시스템이 아니라 압박이 된다.

대시보드 속 숫자로만 평가. 측정하는 능력이 좋아질수록 엉뚱한 것을 정밀하게 평가하게 된다는 게 4편의 결론이었다.


마지막으로

이 시리즈는 잘못 알려진 격언에서 시작했다. 측정할 수 없으면 관리할 수 없다는 말. 드러커는 한 적이 없고, 데밍은 값비싼 신화라고 경고했던 그 문장이다.

그 문장이 왜 그렇게 오래 살아남았는지는 이제 분명하다. 편하기 때문이다. 숫자가 있으면 결정이 쉬워지고, 등급이 있으면 대화를 안 해도 된다. 평가 제도는 사실 리더가 어려운 대화를 피하기 위해 만든 우회로에 가깝다.

그 우회로를 없애면 남는 건 하나다. 동료 개개인과의 신뢰관계.

작은 팀에는 그게 가능하다. 그리고 그 시기에 그걸 해본 조직은 규모가 커져도 그 방식을 잃지 않는다.


🌱 주니어를 위한 문장

이 시리즈를 관통하는 한 줄이 있다면 이것이다. 평가받지 말고 피드백을 요구하라.

등급은 이미 정해진 뒤에 통보된다. 반면 피드백은 내가 요청하는 순간 생긴다. 그리고 요청해서 얻은 피드백이 훨씬 정확하다. 상대가 심판이 아니어도 되는 자리에서 나온 말이기 때문이다.

1:1에서 써볼 수 있는 질문 다섯 개다.

  1. 제가 다음 6개월 안에 확실히 나아졌으면 하는 것 한 가지만 말씀해 주신다면요?

  2. 제가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중에, 사실 그렇지 않은 게 있을까요?

  3. 저와 일할 때 가장 답답한 순간은 언제인가요?

  4. 제가 지금 맡은 일 중에 1년 뒤에도 중요하게 하고 있을 일은 뭘까요?

  5. 제가 이 팀에서 다음 단계로 가려면 뭐가 더 필요한가요?


퍼플즈 노트 — 왜 평가가 아니라 피드백인가

퍼플즈에는 평가라는 말이 없다. 프로젝트가 끝나면 남기는 것은 평가가 아니라 피드백이다. 단어 하나 바꾼 것처럼 보이지만, 이 시리즈를 다섯 편 따라왔다면 그게 왜 중요한지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평가는 값을 매기는 일이다. 한자 그대로 값(價)을 매긴다(評). 대상은 사람이고, 시점은 과거이고, 결과는 등급이다. 그리고 등급은 통보된다. 받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수긍하거나 항의하는 것뿐이다.

피드백은 원래 공학 용어다. 나온 결과를 다시 입력으로 되돌려 다음 동작을 보정하는 장치를 뜻했다. 대상은 사람이 아니라 행동이고, 시점은 과거가 아니라 다음이고, 결과는 등급이 아니라 조정이다.

이 차이가 실제로 만드는 것이 세 가지 있다.

첫째, 주인이 다르다. 평가는 주는 사람이 주인이다. 언제 할지, 무엇을 볼지, 어떤 등급을 줄지 전부 주는 쪽이 정한다. 피드백은 받는 사람이 주인이다. 요청할 수 있고, 무시할 수도 있고, 무엇을 물을지 고를 수 있다.

둘째, 끝나는 방식이 다르다. 평가는 닫는다. 등급이 나오면 그 기간은 종료된다. 피드백은 연다. 다음에 뭘 다르게 해볼지가 남기 때문이다.

셋째, 쌓이는 것이 다르다. 평가는 사람에 대한 기록으로 쌓인다. 피드백은 어떻게 일하는 사람인지에 대한 이해로 쌓인다. 전자는 판단의 근거가 되고, 후자는 다음 연결의 재료가 된다.

퍼플즈가 하는 일이 피드백이다. 프로젝트를 함께한 사람이 남긴 피드백은 누군가의 등급이 되지 않는다. 대신 그 사람이 어떤 방식으로 일할 때 잘 풀리는지에 대한 기록으로 남고, 다음에 누구와 만나면 좋을지를 가늠하는 재료가 된다.

물론 이건 한 번에 완성되지 않는다. 실제로 만나서 일해보고, 피드백을 남기고, 그게 쌓여야 다음 연결이 정확해진다. 첫 번째보다 세 번째가, 세 번째보다 다섯 번째가 나아지는 구조다. 정확한 짝을 찍어주는 도구가 아니라, 맞춰볼 기회를 늘리고 그 결과를 다음에 쓰이게 만드는 도구에 가깝다.

평가는 한 번의 판정으로 끝나지만, 피드백은 그렇지 않다. 사람에 대한 이해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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