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plz Logo
Culture

팀에서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을 평가하기 어려운 이유

혜린혜린

8231016f-5211-43d3-ab57-957dd1c08c5e.jpeg

팀에서 일을 하다 보면 한 번쯤 묘한 비대칭을 마주하게 됩니다. 같이 일하기 싫은 사람은 보통 한 분기 안에 알아차립니다. 그런데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은 1년이 지나도 쉽게 단정 짓기 어렵습니다. 이 비대칭은 누가 사람을 잘 못 보는 문제가 아닙니다. 인간이 사람을 평가할 때 작동하는 방식 자체가 그렇게 설계되어 있어서 일어나는 일입니다. 오늘은 그 이유를 짚어보고, 같이 일해본 사람의 후기만으로 동료를 가늠하기 어려운 또 다른 이유까지 살펴봅니다.

부정성 편향: 왜 '싫음'이 먼저 보이는가

심리학에 부정성 편향(negativity bias)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같은 크기의 일이라도 부정적인 쪽이 긍정적인 쪽보다 훨씬 무겁게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한 논문에 따르면, 사람은 부정 정보를 긍정 정보보다 약 3~4배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합니다.* 나쁜 일 하나의 무게를 좋은 일이 따라잡으려면, 좋은 일 서너 개가 쌓여야 한다는 뜻입니다. 뇌의 작동 방식도 비슷합니다. 위협처럼 보이는 신호는 우리가 의식적으로 '이상한데?' 하고 생각하기 전에 뇌에서 먼저 처리됩니다. 오랜 진화 과정에서 위험을 피하는 일이 좋은 것을 쫓는 일보다 더 급한 일이었기 때문에, 우리 뇌는 부정 신호에 더 빠르고 강하게 반응하도록 자리 잡았습니다. 이 시스템은 팀 안에서도 그대로 작동합니다. 회의 시간에 다른 사람 말을 끊는 동료를 한 번 보면 그 장면이 오래 남습니다. 반대로 회의 흐름을 부드럽게 이어준 동료의 행동은, 일이 잘 굴러갔다는 인상 외에는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특히 팀에서 스트레스가 누적된 시기에는 이 편향이 더 강하게 작동합니다. 평소에는 넘어가던 동료의 행동도 갑자기 거슬리기 시작한다면, 동료가 달라진 것이 아니라 내가 지친 상태라는 신호일 수도 있습니다.

*Baumeister et al., 「Bad is Stronger than Good」, 2001

신호의 비대칭: 무능은 명백하고, 유능은 묻힙니다

부정성 편향이 인지 차원의 문제라면, 그 위에 한 겹 더 얹히는 것이 있습니다. 행동 자체의 가시성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같이 일하기 싫은 사람의 행동은 대부분 명백한 위반의 형태로 드러납니다. 약속한 마감을 어기고, 회의 시간에 늦고, 책임 소재가 모호해지면 말을 흐리고, 동료의 발언을 가로채는 식입니다. 모두 분명한 규범 위반이라, 한두 번만 봐도 패턴이 보입니다. 반면 정말 같이 일하기 좋은 동료의 행동은 대부분 사후적으로만 드러납니다. 회의가 막혔을 때 적절한 질문을 던져 흐름을 살렸거나, 마감 직전에 누락된 일을 조용히 챙겨두었거나, 갈등이 커지기 전에 양쪽 입장을 정리해두는 식입니다. 이런 행동들은 결과만 남고, 누가 어떤 기여를 했는지는 사실상 보이지 않습니다. 흔히 말하는 "물 흐르듯 일이 돌아갔는데, 정작 누구 덕분이었는지는 모르겠다"는 감각이 여기서 나옵니다. 좋은 협업자는 자신의 기여를 보이지 않게 처리하기 때문에, 평가 시점에 호출되지 않습니다.

'좋은 사람'이라는 단어의 모호함

세 번째 이유는 평가 기준 자체가 가진 문제입니다.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이라는 표현은 들을 때는 명확해 보이지만, 막상 풀어내면 사람마다 정의가 다릅니다. 어떤 사람은 일을 정확히 처리하는 동료를 떠올리고, 다른 사람은 분위기를 편하게 만드는 동료를 떠올립니다. 누군가는 책임감을 첫째로 꼽고, 누군가는 새로운 시도에 열려 있는 태도를 우선합니다. 한국에서는 종종 '나에게 잘해주는 사람'으로 협소화되기도 합니다. 평가 기준이 합의되지 않은 상태에서 내려진 '좋은 사람'이라는 평은, 평가자가 무엇을 보고 그렇게 판단했는지를 거꾸로 추적해야만 의미를 가집니다. 그 추적이 생략되면, 같은 단어로 전혀 다른 사람을 가리키는 일이 일어납니다.

평가는 결국 '관계의 함수'

여기서 한 가지 더 짚을 것이 있습니다. 같이 일해본 사람의 후기는 분명 중요한 정보입니다. 그런데 그 후기는 그 동료에 대한 객관적 데이터가 아니라, 그 동료와 후기 작성자 사이의 관계에서 만들어진 데이터입니다. A에게 최고의 동료였던 사람이 B에게도 최고일 보장은 없습니다. 일하는 페이스, 의사결정 속도, 책임의 무게중심, 갈등을 다루는 방식이 다르면, 같은 사람이라도 협업의 결이 다르게 나옵니다. 마감을 칼같이 지키는 동료는 같은 페이스를 가진 사람에게는 든든한 파트너지만, 유연한 조정이 자주 필요한 프로젝트에서는 부담스러운 동료가 되기도 합니다. 이것이 후기의 한계입니다. 부정적 후기는 비교적 일반화가 가능합니다. "회의 시간을 안 지킨다"거나 "약속을 자주 어긴다"는 행동은 거의 누구에게나 같은 의미로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긍정적 후기는 그렇지 않습니다. "같이 일하기 정말 좋았다"는 평은 그 사람의 어떤 면이 후기 작성자의 어떤 면과 맞물렸는지에 따라 의미가 달라집니다.

그래서 필요한 또 다른 축

여기까지 정리하면, 사람을 평가한다는 행위 자체에 세 겹의 비대칭이 있다는 것이 보입니다. 부정 정보가 더 강하게 각인되고, 좋은 행동은 결과로만 남고, 평가 기준은 평가자마다 다릅니다. 거기에 같은 사람이라도 누구와 일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는 문제까지 더해집니다. 그렇다면 동료를 어떻게 가늠해야 할까요. 평가를 더 정교하게 만들겠다고 애쓰기보다, 평가의 한계를 인정하고 정보 축을 한두 개 더 늘리는 쪽이 현실적입니다. '좋다/나쁘다'라는 단일 축을 내려놓고, '어떻게 일하는가'라는 다른 축을 같이 보는 것입니다. 후기를 무게 있게 듣되, 그 후기가 어떤 협업 맥락에서 나왔는지를 함께 묻는 식입니다. Work DNA처럼 협업 스타일을 8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보여주는 도구가 이 보조축에 해당합니다. 어떤 동료가 마감과 정확도에 무게중심이 있는지, 새로운 시도에 열려 있는지, 합의를 우선하는지, 즉시 실행을 우선하는지를 미리 알면, "이 사람이 좋은 사람인지"보다 "나와 어떤 식으로 호흡할 수 있는 사람인지"에 가까운 질문을 던질 수 있습니다. 어떤 동료가 '좋은 사람'인지를 묻기 전에, 어떤 페이스로 일하는 사람인지를 먼저 묻는 일. 이 작은 질문의 전환이, 동료를 가늠하는 방식 자체를 바꿔놓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