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마다 공모전, 연합동아리, 프로젝트 팀을 꾸렸던 선배의 찐 조언

보통은 16주차 과정으로 학기를 보내지만, 내가 다녔던 대학교는 한 학기가 15주 과정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세 가지 정도의 장점이 있었다.
1. 다른 학교 학생들이 방학하기 전이라 항공권을 저렴하게 구할 수 있다.
불과 일주일 차이지만 본격적인 종강 기간 전에 떠나는 항공권은 확실히 저렴했다.
(공항철도 환승역에 학교가 있어서 시험 끝나자마자 비행기로 달려가는 것도 가능했음! 지금 딱 방학인 홍익인들, 잘 쉬고 있나?)
2. 다른 학교 학생들보다 긴 방학을 보낼 수 있다.
개강날짜는 동일했으니까 남들보다 한 주 정도 긴 방학을 누릴 수 있다. 개꿀!
그리고 대다수가 공감하지는 않겠지만, 이런 장점도 있다.
3. 본격적인 방학을 보낼 계획을 짤 수 있다.
시험기간에는 벽만 봐도 재밌어서, 시험끝나고 방학하면 뭐하지?하는 고민도 즐거웠지만 막상 방학이 시작되고 나면, 이 생각은 쉽게 사라진다. 나는 다른 학교 친구들보다 방학이 빨라서, 이 고민을 하며 친구들을 기다렸다. 특히 제가 참여했던 연합동아리에서는 방학마다 프로젝트 워크샵을 진행했고, 참여할 팀을 모오는 기간으로 이 일주일을 사용하기도 했다. 나는 이미 떡잎부터 워크홀릭이라서, 학기만큼 바쁜 방학을 보내지 않으면 아쉬웠다. (지금까지도 뿌듯한 걸 보니, 여전히 제정신 아님) 방학을 계획하는 그 기분은 마치 이미 완벽한 방학을 보낸 것처럼 뿌듯함까지 느꼈다.
그때는 회상해보면 내 주변 친구들도 이 기분을 안다고 한다. 여름방학 부트캠프 결제 완료 문자를 받는 순간 이미 수료한 것 같은 기분. 연합동아리 합격 메일을 받던 날 이미 멋진 팀플을 해낸 것 같은 기분. 공모전 지원서 제출 버튼을 누르는 순간 이미 수상한 것 같은 기분. 형태는 다 달라도, 그 기분을 안다. 준비하는 행위 자체가 이미 해낸 것 같은 감각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막상 방학이 끝나가는 때가 되면, 나 뭐했지?로 결론날 때가 많다. 클라우드에서 '최종.pdf', '최최종.pdf' 파일들을 정리할 때도, 내 포트폴리오에 '홍익대학교 공식 홍보영상 제작'을 적어내면서도 내 방학이 그냥 슉 지나갔다가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나아가 이 경험을 이력서에 적을 때에도, "빼야하나"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뭐가 잘못된지 잘 모른채 매번 방학을 계획할 때마다 이 뿌듯함을 또다시 느끼고 만족하기도 한다.
Q. 우리만 그래? A. 아니요.
이미 세계는 이런 기분을 wantrepreneur라고 말한다. want와 entrepreneur를 합친 신조어다. 흔히 '실행하지 않는 창업 지망생'으로 설명되지만, 본질은 더 단순하다. 무언가를 시도할 계획만으로 이미 성공했다고 자부해버리는 사람. 등록하고, 신청하고, 팀을 꾸리는 것. 그 행위가 실행의 대리 만족이 되는 순간, 누구나 wantrepreneur가 된다.
방학이 끝나고 진짜 남은 게 있었던 때를 떠올려보면, 공통점이 하나 있다. 결과물이 아니라 과정이 기억난다는 거다. 발표가 기억나는 게 아니라, 발표 전날 밤 팀원이랑 방향을 완전히 엎었던 그 두 시간이 기억난다. 의견이 부딪히거나 길을 잃었지만 예상치 못한 돌파구를 찾아 웃어넘기던 밤샘 회의가 생각난다.
그리고 그게 이력서에 쓸 수 있는 것들이었다.
'OO 공모전 수상'은 한 줄이다. 면접관이 물어봤을 때 30분을 얘기할 수 있는 건, 그 공모전을 준비하면서 어떤 결정을 했고 어떤 사람과 어떻게 부딪혔는지다. 결과만 남은 경험은 이력서에서 더 살아나지 못한다. 과정이 남은 경험은 면접장에서 살아 움직인다.
그러니까 문제는 실행을 안 한 게 아니다.
실행을 했는데 과정이 남지 않은 거다. 과정이 남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그 과정을 함께 만든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같은 부트캠프를 수료해도, 같은 공모전에 나가도, 누구와 어떤 과정을 겪었느냐가 이후의 나를 완전히 다르게 만든다. 막혔을 때 새 길을 찾는 사람 옆에 있어본 경험, 의견이 다를 때 답을 찾아서 포기하지 않았던 경험. 그게 다음 프로젝트에서 내가 어떻게 일하는 사람인지를 만든다. 수료증에는 안 적히지만, 그게 진짜 포트폴리오다.
그래서 이번 방학을 이력서에 남기고 싶다면, 강의든 공모전이든 함께할 사람을 먼저 찾아야 한다. 어떤 과정을 함께 만들 수 있는 사람인지. 막혔을 때 어떻게 푸는 사람인지. 의견이 다를 때 어떻게 대화하는 사람인지. 그 사람과 함께한 방학이, 내가 어떻게 일하는 사람인지를 알려줄 경험이 된다.
퍼플즈 콘텐츠 기획자, 홍익대학교 졸업생 혜린
방학마다 프로젝트 팀을 꾸리던 선배가 이제는 팀을 찾는 사람들을 위한 워크스페이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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