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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두 친구가 회사를 만들기로 한 날 — 잡스와 워즈니악의 Apple

혜린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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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50년 차 엔지니어 한 명이 졸업식 무대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러분 모두 AI를 가지고 있어요. Actual Intelligence(실제 지능)요." 인공지능이 모든 것을 대체할 것 같은 시대에, 그는 여전히 인간이 기술 위에 있다고 봅니다. 그가 50년 전 친구 한 명과 차고에서 회사를 만들 때도, 그 회사를 키운 건 결국 두 사람의 협업이었기 때문입니다.

오늘 다뤄볼 두 사람은 50년 전 차고에서 Apple을 만든 2명의 스티브, 워즈니악과 잡스입니다.

한 사람은 자기 발명품을 무료로 나누려 했다

워즈니악은 1975년에 Apple I의 설계를 완성했습니다. 그가 이 천재적인 컴퓨터로 가장 먼저 한 일은, Homebrew Computer Club에서 회로도를 무료로 나눠주는 것이었습니다. 친구 집에 직접 찾아가서 함께 조립을 도와주기도 했습니다.

워즈는 50년이 지난 2026년 5월 졸업식 연설에서 그 이유를 직접 답했습니다.

"Apple을 시작할 때, 저는 돈을 벌고 싶었을까요? 회사를 만들고 싶었을까요? 산업을 만들고 싶었을까요? 아니요. 저는 다른 엔지니어들이 제 설계를 보고 '와, 이걸 어떻게 생각해냈지'라고 감탄해주기를 바랐을 뿐이에요." - 스티브 워즈니악, GVSU 졸업식 연설 (2026)

워즈는 회사를 만들 생각이 처음부터 없었습니다. 그가 원한 건 돈도, 회사도, 산업도 아닌, 엔지니어들의 인정이었습니다.

심지어 워즈는 자기 설계를 HP에 먼저 제안했습니다. HP 직원이었기에 자기 발명을 회사에 먼저 보여줘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다섯 번이나 HP에 Apple I의 설계를 보여줬고, HP는 다섯 번 모두 거절했습니다.

만약 HP가 한 번이라도 받아들였다면, 워즈는 HP 직원으로 그 컴퓨터를 만들었을 것이고 Apple은 없었을 것입니다. HP가 거절하면서, 워즈의 설계는 자유로워졌습니다.

한 사람은 그 발명품을 회사로 만들자고 했다

같은 시기, 워즈에게는 5년 전부터 알고 지낸 친구가 한 명 있었습니다. 스티브 잡스입니다.

두 사람은 1971년에 처음 만났습니다. 워즈는 21살 대학생, 잡스는 16살 고등학생이었습니다. 공통의 친구 빌 페르난데스가 "전자공학과 장난을 좋아하는 친구가 있으니 만나보라"며 소개해줬습니다.

그 5년 동안 두 사람은 작은 프로젝트들을 함께 해왔습니다. 1971년에는 무료 장거리 전화를 가능하게 하는 Blue Box를 함께 만들어 버클리 기숙사에서 팔았고, 1973년에는 잡스가 Atari에서 받은 회로 설계 일을 워즈에게 부탁해서 Breakout 게임을 함께 작업했습니다. 큰 사업은 아니었지만, 매번 같은 패턴이었습니다. 워즈가 만들고, 잡스가 시장으로 가져갔습니다. 두 사람은 5년 동안 그 호흡을 자연스럽게 쌓아왔습니다.

그래서 1976년, 잡스가 Apple I의 회로도를 봤을 때 그의 반응은 분명했습니다. "이건 회사가 될 수 있다." 그가 워즈의 천재성을 진심으로 알아본 것입니다.

잡스는 워즈에게 회사를 만들자고 끈질기게 설득했습니다. 워즈는 처음에 거절했습니다. HP에서 평생 일할 생각이었고, 사업에는 관심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잡스가 마지막에 던진 설득의 말이 워즈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워즈의 자서전 〈iWoz〉에 나옵니다.

"혹시 실패하더라도, 나중에 손주들에게 '우리도 우리 회사를 가져봤다'고는 말할 수 있잖아." - 스티브 잡스가 워즈니악에게 한 설득 (Wozniak, 〈iWoz〉)

성공의 약속이 아니라, 함께한 추억의 약속이었습니다. 5년의 우정이 쌓아온 신뢰가 있었기에 통했던 설득이었습니다. 1976년 4월 1일, 두 사람은 잡스의 부모님 차고에서 Apple Computer를 세웠습니다.

왜 두 사람은 같이 하기로 했을까

스티브 워즈니악 B형 Builder

한 줄 정의 정확성과 완성도로 약속한 결과를 끝까지 만들어내는 실행가

키워드 완성도 · 정확성 · 책임감 · 실행력 · 디테일

강점

  • 약속을 끝까지 책임지는 실행

  • 디테일을 빠뜨리지 않는 마무리

  • 같은 품질을 반복적으로 보장

주의점

  • 완벽 추구로 일정이 길어질 수 있음

  • 변수 발생 시 즉흥 대응이 어려움


스티브 잡스 D형 Driver

한 줄 정의 팀의 에너지를 모아 목표를 향해 끝까지 끌고 가는 추진가

키워드 추진력 · 주도성 · 목표달성 · 성과지향 · 열정

강점

  • 추진력으로 팀이 목표 앞에서 멈추지 않음

  • 속도로 정체되지 않는 진행

  • 결과 향한 집중으로 약속한 성과

주의점

  • 속도 집중으로 팀원 컨디션 미반영

  • 정해진 방식 선호로 즉흥 변화 수용 어려움

워즈가 무료로 공유했다면 어땠을까요. Homebrew Computer Club의 회로도는 한동안 호비스트들 사이에서 돌았을 것입니다. 몇몇 사람들이 직접 조립해 자기 집에 두었을 것이고, 시간이 지나면 다른 누군가가 그 설계의 가치를 알아보고 비슷한 회사를 만들었을지도 모릅니다. 컴퓨터 혁명은 어떤 형태로든 왔을 것입니다. 다만 그게 Apple은 아니었을 것이고, 어쩌면 더 늦게 왔을지도 모릅니다.

워즈가 같이 가기로 한 이유는 결국, 잡스가 워즈의 발명품을 진지하게 봐준 친구였기 때문입니다.

잡스 혼자 워즈에게 회사를 만들자고 했다면 워즈는 거절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두 사람에게는 5년의 시간이 쌓여 있었습니다. Blue Box를 같이 팔아본 경험, Atari Breakout을 같이 작업한 경험. 큰 사업은 아니었지만, 잡스가 워즈의 설계를 시장으로 가져가는 호흡을 5년 동안 함께 맞춰온 것입니다.

일하는 방식을 분석하는 'Work DNA' 관점에서 보면, 두 사람의 역할이 명확해집니다. 잡스는 D형 Driver 유형입니다. 사람을 먼저 챙기고, 즉시 행동하고, 정해진 체계 안에서 일하는 사람입니다. 비전을 가지고 사람과 시장을 끌어들이는 추진력이 본질입니다. 워즈는 B형 Builder 유형입니다. 일과 작품을 우선하고, 즉시 손으로 만들고, 정해진 체계 안에서 일하는 사람입니다.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끝까지 책임지는 실행가가 본질입니다.

두 사람은 무게중심이 다릅니다(사람·시장 vs 일·완성도). 그런데 즉시 행동하고, 정해진 체계 안에서 일한다는 두 가지는 같았습니다. 그래서 5년 동안 작은 프로젝트들에서 호흡이 자연스럽게 맞춰진 것입니다. 한 명이 만들면, 다른 한 명이 즉시 시장으로 가져가는 패턴이었습니다.

그래서 1976년 4월 1일의 회사 설립은, 갑작스러운 결정이 아니라 5년 동안 자연스럽게 도달한 결론이었습니다.

한 사람의 강점은, 다른 사람의 출발점이 된다

B-D 조합의 강점

비전 + 완성도 동시 작동: D의 비전이 방향을 정하면, B가 완성도 있게 끝까지 만듦
즉시 행동의 호흡 일치: 두 사람 모두 즉시 손을 움직이는 사람이라 결정과 실행 사이 간격이 짧음
정해진 체계 위에서 협업: 두 사람 모두 약속된 원칙 안에서 움직이므로, 다른 무게중심도 같은 언어로 합의 가능
시장과 제품 영역 분담: D가 시장·사람을 책임지고, B가 제품·기술을 책임지는 영역 분리가 자연스러움

B-D 조합의 주의점

무게중심 차이 (D 사람·시장 vs B 일·완성도) → 의사결정 시 두 시야를 모두 거치는 절차 마련 (한쪽 시야만으로 결론 내지 않기)
속도 vs 완성도의 페이스 충돌 (D 빠른 성과 vs B 완성도 추구) → 마감과 품질의 균형을 사전 합의 (모든 일에 완성도가 같지 않음을 인정)
사용자 vs 기술의 우선순위 차이 (D 사용자 경험 우선 vs B 기술적 정확성 우선) → 제품 결정 시 두 관점이 만나는 자리 필요 (사용자 테스트 + 기술 검증 함께)


워즈만 있었다면 Apple I은 회로도로 끝났을 것입니다. Homebrew Club의 전설적인 설계로 남았겠지만, 차고에서 시작해 시총 4조 달러로 가는 회사는 없었을 것입니다. 잡스만 있었다면 Apple I 자체가 없었을 것입니다. 잡스는 엔지니어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가 워즈에게 "이거 회사가 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었던 건, 워즈가 이미 그 컴퓨터를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한 사람의 강점이 다른 사람의 출발점이 됐습니다. 워즈의 완성도가 잡스의 비전을 가능하게 했고, 잡스의 추진력이 워즈의 설계를 시장으로 가져갔습니다.

다만 두 사람 사이에는 차이도 있었습니다. 잡스는 사람과 시장에 집중했고, 워즈는 일과 기술에 집중했습니다. 같은 결정 앞에서 두 사람의 시야는 자주 달랐습니다. 어떻게 다뤘을까요. 잡스가 시장과 사람의 영역을 책임지고, 워즈가 기술과 제품의 영역을 책임지는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나뉘었습니다. 같은 영역에서 부딪히지 않고, 각자가 잘하는 자리에서 자기 페이스로 움직였습니다.

누군가의 강점이 다른 누군가의 출발점이 되는 자리, 그게 좋은 협업이 시작되는 자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