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은 창, 멍거는 방패 — 60년 무다툼의 비밀 | 혼자였다면 없었을 회사들

창과 방패는 보통 대결 상대로 마주합니다. 무엇이든 뚫는 창과 무엇도 막아내는 방패 — 한쪽이 이기면 다른 쪽이 지는 구도였습니다. 그런데 이 둘이 한 팀이라면 어떨까요.
매번 내 의견에 "아니"라고 답하는 동료가 있는지 떠올려 봅니다. 혹은 반대로, 동료의 모든 제안에 "잠깐, 다시 보자"고 말하는 사람이 본인은 아닌지도요.
그런 두 사람이 60년을 함께 일했고, 그 결과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투자 회사 중 하나를 만들었습니다. 버크셔 해서웨이를 일군 워런 버핏과 찰리 멍거의 이야기입니다.
한 사람은 늘 가속, 한 사람은 늘 브레이크

워런 버핏과 찰리 멍거는 1959년에 처음 만났습니다. 그때 버핏은 29살, 멍거는 35살이었고, 둘 다 오마하 출신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함께 일하기 시작했고, 작은 섬유 공장에 불과했던 버크셔 해서웨이를 세계 최정상급 투자 회사로 키워냈습니다. 그런데 두 사람이 일하는 방식은 정반대였습니다.
버핏은 행동가였습니다. "이 회사 좋다" 싶으면 빠르게 움직였고, 좋은 회사가 보이면 바로 인수하고 싶어 했습니다. 멍거는 달랐습니다. 버핏이 들고 오는 거의 모든 제안에 "잠깐, 다시 봅시다"라고 답했습니다. 버핏이 가속하면 멍거가 한 번씩 제동을 걸어 다시 검토했습니다.
버핏은 멍거를 "끔찍한 노맨(The Abominable No-Man)"이라고 불렀습니다. 멍거가 어찌나 자주 "no"라고 답하던지, 농담 섞어 붙인 별명이었습니다. 한 사람은 가속, 한 사람은 브레이크 — 정반대 페이스를 가진 두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60년간 한 번도 다투지 않았다
이 두 사람의 협업은 60년 넘게 이어졌습니다.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을까요. 버핏이 직접 한 말이 있습니다.
"찰리와 저는 한 번도 다툰 적이 없습니다. 의견이 달랐던 적은 많지만, 그게 다툼으로 이어진 적은 없죠. 다른 사람들과는 다투지만요." - 워런 버핏, 2014년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
의견 충돌은 많았습니다. 그런데 그게 갈등이 되지 않았습니다. 가속하는 사람과 브레이크 거는 사람이 어떻게 60년을 다툼 없이 함께 일할 수 있었을까요.
정반대였지만, 한 가지는 같았다
일하는 방식을 분석하는 'Work DNA' 관점에서 보면, 두 사람의 차이가 분명해집니다. 버핏은 추진가(Driver) 유형입니다. 사람을 먼저 챙기고, 즉시 행동하고, 정해진 체계 안에서 일하는 사람입니다. 멍거는 전략가(Strategist) 유형입니다. 일과 논리를 우선하고, 충분한 합의를 거치고, 정해진 체계 안에서 일하는 사람입니다.
두 사람은 거의 모든 면에서 다릅니다. 무게중심도 다르고(사람 vs 일), 의사결정 속도도 다릅니다(즉시 행동 vs 충분한 합의). 그런데 딱 하나, 정해진 체계와 원칙 안에서 일한다는 점은 같았습니다. 이게 결정적이었습니다.
두 사람 다 가치투자라는 같은 원칙 위에서 움직였기 때문에, 다른 무게중심도 같은 언어로 합의될 수 있었습니다. 만약 둘 다 즉흥형이었다면, 정반대 무게중심은 충돌로 흘렀을 것입니다.
한 사람의 강점이, 다른 사람의 강점을 키운다
버핏의 강점은 추진력입니다. 결정한 일을 멈추지 않고 끌고 가서, 팀이 목표 앞에서 정체되지 않게 합니다. 멍거의 강점은 장기 시나리오입니다. 단기 시야에 갇히지 않고 큰 그림 속에서 리스크를 미리 짚어, 같은 실수가 반복되지 않게 합니다. 추진력과 장기 시나리오가 만나는 조합이라, 빠른 실행과 큰 그림이 동시에 작동할 수 있습니다.
다만 두 사람 사이에는 합의가 필요한 지점이 있었습니다. 버핏은 결정을 즉시 행동으로 옮기는 페이스를 선호했고, 멍거는 충분한 검토 시간을 거치는 페이스를 선호했습니다. 페이스 차이를 어떻게 다뤘을까요. 작은 결정에서는 버핏의 속도를 존중했고, 큰 결정에서는 멍거의 검토 시간을 확보했습니다. 페이스를 강요하지 않고, 결정의 크기에 따라 자연스럽게 누구의 페이스로 갈지가 정해졌습니다.
버핏이 멍거에 대해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실은 찰리가 지금의 버크셔를 만든 '건축가'였고, 저는 그가 그린 비전을 매일 현장에서 시공한 '시공자' 역할을 했을 뿐입니다." - Warren Buffett, 2023 Berkshire Hathaway Shareholder Letter
한 사람이 설계하고, 한 사람이 짓는다. 같은 자리에 서지 않고, 다른 자리에서 같은 건물을 짓는다.
처음에 물었습니다. 매번 내 의견에 "아니"라고 하는 동료가 있냐고. 혹은 당신이 그 동료냐고요. 각자가 가진 강점이 다른 영역에서 동시에 작동하는 자리에 있다면, 어쩌면 창과 방패의 짝꿍일지도 모릅니다. 거기서 60년짜리 시너지가 시작됩니다.